직업상 개인적으로 은퇴 예정자들을 자주 만납니다. 이들을 처음 대면하면서 나름 공통점을 찾아낸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수십 년 동안 온실의 보호 속에 있다가 정글로 나온 다는 것입니다. 온실은 온도 변화가 작고 정글은 변화가 심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죠.
이들은 퇴직 당시 직위나 직급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회사를 떠났음에도 사회에서도 상무나 부사장으로 살려고 합니다. 스스로 <관성의 법칙>을 적용하려고 애를 쓴다는 것이지요. 특히 이들 중 중역의 반열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은퇴자들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한 편입니다.
얼마 전 1인 기업 코칭 상담을 원하는 은퇴한 중역을 만났습니다. 대개 은퇴하면 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조직은 나름 완충지대(?)로 작은 사무실을 대여해줍니다. 3평 정도 되는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컴퓨터 등등 사무기기들이 세팅되어 있습니다. 이런 장소에서 이들은 나름 미래를 구상하고 나아가 먹고 살 궁리를 합니다. 필자가 만난 그 중역도 별반 다를 게 없었습니다.
흔히 이들이 하는 행동을 '표류적 인생'이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우리가 경계해야할 표류적 인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일거리>를 찾지 않고 <일자리>에 집착
온실 속 지위를 그대로 갖고 정글 속으로 소프트 랜딩(Soft Landing : 연착륙)을 하려고 나름 도모합니다. 온실 유리창이 두꺼운 곳에서 나온 이들은 더 심합니다. 물론 맘먹은 것처럼 그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그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습니다. 경제수명(?)을 다한 이들을 어느 조직이 모셔가겠습니까? 그건 희망 사항일 뿐입니다. 게다가 이런 냉혹한 현실을 인지하는 데 시간이 꽤 오래걸린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둘째, 버킷리스트에 집착
은퇴한 이들의 버킷리스트 맨 위에 올라 있는 건 대개 <출간하기> 또는 <세계 여행>입니다. 물론 개인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대등소이 하다고 보면 됩니다. 우선 <출간하기>는 축적된 자신만의 데이터가 없어서 잘 안 됩니다. 그리고 <세계 여행>은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일이라서 이것 역시 맘처럼 되질 않습니다. 물론 이런 것을 이겨내고 일을 내는(?) 이들도 간혹 있습니다.
셋째, 은퇴 후가 오히려 더 바쁘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이들이 갖고 나오는 퇴직금 때문인지는 몰라도 만나자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여기저기서 만나자는 러브콜(?)이 오는 셈입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사람을 만나고 다닙니다. 인생 후반전을 모색하는 일로 포장되는 만남이지만, 막상 생존을 위한 뾰족한 솔루션(Solution)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사람을 만나서 평생을 바쳐온 일터를 되새김질하고 위안거리를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셈이지요. 만남을 접고 귀갓길로 접어들 때면 왠지 서글프고 시간 낭비만 했다는 현실을 실감하곤 합니다.
이렇게 이들은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합니다. 하루가 한 주가 되고, 한 주가 한 달이 되면서 또 한 살을 먹어 갑니다. 이렇듯 우왕좌왕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인생이 바로 표류적 인생입니다. 여기서 <표류(Drift)>라는 건 방향이 없거나 아니면 목표가 없는 그런 의미를 말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인생 후반전을 대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경종하는(?) 뜻으로 만든 단어입니다.
100세 시대가 열린 지금. 인생의 후반전은 그동안 어느 누구도 가본 적 없는 <미지의 땅>입니다. 가이드북이나 매뉴얼은 없는 셈이지요. 어느 누구도 그 방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미지의 땅을 개척하려면 무엇보다 <개척자 정신>이 필요합니다. 결국 스스로 배우고 익혀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수십 년 동안 온실 속에서 <헬프(Help)적> 삶은 살아온 이들이 가야 할 길이 있습니다. 바로 <셀프(Self)적> 삶입니다. 이젠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개척해가는 길입니다. 없으면 스스로 만들면서 가야 합니다. 인생의 본질은 <헬프>가 아니라 <셀프>입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은퇴할 시기가 멀었다고 남일이라는 생각하면 늦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온실의 법칙>말고 <정글의 법칙>을 틈틈이 배워 가셨으면 합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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